항상 뒤풀이가 더 재밌는데, 그놈의 도시락 때문에,
주섬주섬 가방과 성경책을 챙기고, 넋놓고 있던 혼도 챙기고, 빼앗긴 마음도 찾아서 빠져나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불렀던 찬양 한 구절 한 구절, 목사님의 기도 한 대목 한 대목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러니 벌써부터 내일 새벽이 그리워집니다.
오늘도 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욥은 좋겠습니다.
힘들었을 테고 지루했을 테고 외로웠을 테지만
이제 뒤풀이만 남았으니까요.
자기의 바닥까지 드러내 보여준 욥은 더 이상 숨길 것도 눈치볼 것도 없이
하나님과 더 친밀하고 솔직하게 교제할 수 있겠지요.
기뻐 춤추며 맘껏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말입니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40장까지 견뎌준 욥이 고맙습니다.
내 삶에도 뒤풀이가 기다린다는 걸 기대할 수 있게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기껏 일찍 빠져 나와서 아침을 차리고 도시락까지 쌌는데
남편은 왜 이렇게 씹기 힘든 샌드위치를 줬냐고 투덜거립니다.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어젯밤에 한솔이가 많이 보챘구나?"
물어보니
"무슨 지옥훈련이라도 시키는 거야? 밤새 다리를 뻗띵기며 울어댔다."고.
그럼 그렇지. 한솔이 자기한테 맡기고 새벽기도 나가는 마누라를 원망했나봅니다.
그래도 참 이런 남편이 없지 싶습니다.
새벽기도 가라고 한솔이랑 같이 자준 게 이제 40일이 다 돼갑니다.
고마워! 자기야, 내 삶의 뒤풀이는 반드시 당신과 함께하게 해달라고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