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을 떠났다.
털커덩, 털커덩 인생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에 이르기에는 멀고도 먼 여정이 될 것이다.
..
낮선이가 열차에 올라탔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낮선이가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미운 마음이 자랐다.
원망이 자랐다.
불평이 자꾸 자란다.
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생의 긴 여정을 향해 가는 이었다.
육신이 마음이 지쳐 남의 자리인줄도 모르고 턱, 남의 자리에 주저 앉았다.
..
다음 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새로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낮선이가 다시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미움이 자란다.
원망이 자란다.
불평이 자란다.
이미 자라난 미움, 원망, 불평들이 싸여 그 낮선이를 향한 증오가 다시 자라났다.
..
하루, 이틀 그 낮선이와의 동행이 계속 되었다.
그는 여전히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어느새 내 마음밭은 증오의 밭이 되어 버렸다.
앉아 있어도,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눈을 떠도 그 증오한 마음은 가실 줄을 몰랐다.
어느새 인생열차에 올라 앉은 나는
증오의 열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증오는 뿌리가 뽑힐 줄을 몰랐다.
자라고 자라고 또 자라나 증오를 키우는 것이 내 삶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증오 밖에는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증오는 어느새 내게 익숙하고 또 익숙한 것이 되어 내 삶을 온전히 장악하고 말았다.
증오는 증오열차의 운전대를 잡아 계속 달리고 있었다.
인생열차의 목적지를 다다를 때까지 나는 증오와 더불어 먹고 마시며
자꾸만 사연을 지어내고 만들어 내고 다듬고 가꾸고 꿈을 꾼다.
하루24시간의 시간이 증오로 부풀어오른 마음이 되었다.
증오는 내게 아주 많은 변명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나는 증오로 합당한 사람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증오로 밥을 먹으며 물을 마시며
증오가 내게 합당한 변명이 되어
내 자리를 덥썩 차지하고 앉은 인생에 지쳐 버린 영혼을 쏘아보며
여전한 사연을 지어내고 있다.
그리고 내 영혼은 평화를 영영 떠나보냈다.
증오의 가슴이 이제 내게 너무 익숙한 것이 되어
인생에 지친 영혼들을 사모하며
그들과 더불어 누리던 부드러운 마음밭이 무엇인지 모른다.
영영 잃어버린 것일까?
인생열차,
나는 증오를 24시간 먹고 사는가?
나는 평화를 24시간 먹고 사는가?
인생열차,
증오를 먹고 마시던 24시간 속에서 어느 날
남루하고 초라한 차림의 사람이 열차에 올라탔다.
그는 내게 말했다.
증오를 꼭 버려야 한다고.
그것이 너를 마셔버릴 것이라고.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가 십자가라는 물건을 하나 건네 주었다.
초라하나 거칠고 거친 십자가의 촉감이 내게 어쩐지 평화를 주었다.
그리고 가슴에 품기를 시작했다.
..
증오는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갔다.
떠나보내기를 훈련하였더니 아주 조금씩,
떠나간 빈 자리를 돌아보니
24시간 증오를 밥 먹고 살던 내가 보였다.
인생에 치친 그 영혼의 쉼터를 보지 못했던 내 부족.
그리고 나는 그를 위해 내 이불을 내어주고,
내 먹거리를 내어주고 그와 동행하며
인생열차를 평화로 타고 달릴 수 있었다.
24시간이 증오였던 저주의 삶,
그것이 변하여 평화의 삶이 되었다.
기도의 열차를 타고 갔더니 어느새
증오로 가득차 올랐던 마음은 평화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