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묶인 깡통

by 박윤진 posted Jan 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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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풍습인가요?

신혼여행 중임을 알리는 표시로 자동차에 깡통을 매어
텅빈 철이며 알루미늄 소리가 도로를 꽤나 괴롭게 하지요.


여름 한 낮,
아스팔트가 녹아내려도 이해될만한 더위에
자동차 한 대가 달리고 있습니다.

신랑은 운전을 하고 있는데,
어???
어여쁜 신부는 보이질 않네요.
말 많은 깡통 소리만 요란합니다.


그렇게 묶여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는 깡통 중 하나가
나무그늘에 버려진 다른 쓰레기를 발견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서늘한 그늘에 버려진
저 쓰레기야 말로 상(上)팔자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불평이 시작됩니다.
언제든지 깡통들의 불만은 요란합니다. 들어보면 뭐, 그럴만 합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깡통은 차 밖에 있어야 합니다.
개 똥이 입에 들어가는 일은 차라리 사소한 일입니다.
찌그러지고 패여서
엄마도 못 알아보실 지경이지요.
신혼여행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 귀하신 깡통을 왕고생 시키나!

그늘에 버려진 상팔자의 쓰레기가 시야에서 멀어질 쯤,
자동차에 함께 묶여진 다른 깡통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이 자동차에 묶여
찌그러지고 웅덩이에 빠지고 먼지를 뒤집어써도
지금 운전하시고 계신 분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 지신 예수님이라는 현실에
감사하고 감사하지 않니?
결코 끊어지지 않는 이 사랑의 줄이 얼마나 감사한지. . . . ."

말을 다 잇지도 못하고 또 웁니다.


다른 깡통도 한 마디 거드네요.

"신부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 궁금하지 않니?
이 여행이 끝나고 나서 신부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기절할 걸!
우리 쓰레기들을
자신의 신부라고 불러주실 수 있는 분이
예수님 말고 또 계실까?"


가끔 제 정신 아닌(?) 깡통 중 몇몇이
이렇게 신랑의 마음을 대언하고 나면
다들 숙연하게 자신들을 묶고 있는
줄을 바라보게 됩니다.


신랑의 피가 지금도 줄줄 흐르고 있는
그 줄을. . . . . .

그래도 신랑은 십자가라는 자동차를 멈추지 않습니다. . . . .